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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한국 언론, 새로운 100년

등록 2020.03.04 21:49 / 수정 2020.03.0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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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예요"
"다이아몬드와 함께 하늘에 뜬 루시…" 

지적장애 아버지의 딸 사랑을 그린 영화 '아이 엠 샘'에 흐르는 이 노래.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소녀 루시를 찬미하는 비틀스의 명곡이지요. 그래서 아버지는 딸 이름을 루시로 짓습니다. 처음 두 발로 걸었던 인류도 루시로 불립니다. 화석이 발견된 날 발굴팀 캠프에 틀었던 비틀스 노래에서 따온 이름이지요.

3백만년 전 루시는 키가 백7cm였습니다. 그랬던 인류의 키가 부쩍 큰 것이 지난 백년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 여성 평균 키가 20cm 늘어나 성장 폭이 가장 컸고, 남성도 15cm로 세 번째입니다. 어디 키 뿐이겠습니까. 평균 수명은 서른일곱 살에서 여든세 살로 두배도 넘게 껑충 뛰었고, 천7백만이던 인구는 대한민국만 5천2백만에 이릅니다.

그 격변과 격동, 천지개벽이 워낙 가파르고 굴곡졌기에 지난 백년을 민족과 함께 헤쳐온 민간 주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종교와 사학, 기업쯤이던 그 백년사에 첫 백년 언론, 백년 신문이 탄생했습니다. 내일 창간 백주년을 맞는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동아일보와 함께, 민족이 떨쳐 일어난 3.1운동의 함성에 힘입어 태어났습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민족과 같은 운명을 갔습니다.

말과 글을 빼앗긴 암흑시대에 한글을 지키면서 신문 압수 4백 일흔한 번, 발행 정지 259일, 폐간 5년의 수난을 겪었습니다. 광복 후에는 분단, 전쟁, 산업화, 민주화로 숨가쁜 역사의 굽이굽이를 지났습니다. 그 길에 역사가 할퀴고 간 흉터와 허물도 없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차원의 미디어가 계속 생겨나면서 활자매체, 그 자체가 위협 받기 시작한 지도 벌써 오랩니다.

그 모든 빛과 그늘을 뚫고 백년을 지나온 힘은 무엇일까요. 시청자 없는 방송, 독자 없는 신문이 무의미하듯 언론이 바른말을 할 수 있는 힘은 오직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언론이 해야 할 일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고 말하겠습니다. 온갖 거친 손가락질이 난무하는 지금, 그 사명은 더욱 무겁고 절실합니다. 

시청자와 독자의 힘은 언론이 살아 있는 한 변치 않습니다. 어떤 권력도 그 위에 서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이제 새로운 백년을 맞으면서 더욱 공정한 보도와 보다 진지한 성찰로 독자들의 신뢰를 더 더욱 굳게 다져가기를 기대합니다.

3월 4일 앵커의 시선은 '한국 언론, 새로운 100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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