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길바닥서 발견된 뜯긴 투표함 봉인지…선거조작 정황?

입력 2020.04.14 (18:51) 수정 2020.04.1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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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양천구 길바닥에서 뜯긴 투표함 봉인지가 발견됐다!"

지난 10~11일 양일간 진행된 사전투표 직후 이런 내용의 글이 뜯긴 투표함 봉인지 사진과 함께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고 있습니다.

투표함 봉인지는, 유권자들의 표가 담긴 투표함을 개표 때까지 밀봉해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는 특수 재질의 스티커입니다. 투표 전엔 빈통 양쪽 손잡이를 자물쇠로 잠근 후 특수 봉인지 두 장을 부착해 봉인합니다. 이후 투표가 끝나면 표를 넣는 입구까지 봉인합니다. 봉인 과정은 투표관리관과 정당·후보자별로 신고한 투표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집니다. 봉인지에는 투명하게 확인했다는 의미로 참관인들의 이름이나 도장이 찍힙니다.


그런 투표함 봉인지가 난데없이 양천구 선관위 건물 앞 길바닥에서 발견된 겁니다. 참관인들의 이름까지 적힌 봉인지가 뜯겨진 채로 말이죠. 봉인지는 접착력이 좋아 일부러 뜯지 않는 한 저절로 떨어지기가 어렵습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인 '신의한수'는 이틀 전 사전투표 감시 운동을 벌이고 있는 연합 시민단체로부터 해당 사진을 제보받았다면서 "어떤 경우든지 간에 봉인지가 밖으로 유출됐다는 건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시민 여러분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지금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선거조작에 대한 감시를 강조했습니다.

유튜브 방송과 인터넷 유포 글에 사용된 사진.유튜브 방송과 인터넷 유포 글에 사용된 사진.

수십만 뷰(view)의 조회 수를 기록한 해당 영상은 시민에 의해 적발된 '정부의 선거조작 정황'으로 널리 퍼지며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신의한수가 암시한 것처럼 선거조작의 정황이 발견된 걸까요? 정말 그런 것이라면 선거를 앞두고 초대형 사건이 터진 셈인데요. 사실관계를 따져봤습니다.

인위적으로 떼어낸 것 맞지만, 선거조작 정황 아냐

공유된 사진에 찍힌 투표함 봉인지는 진짜였습니다. 하지만 선거를 조작하려는 목적으로 떼어낸 게 아니었습니다.

양천구 선관위와 중앙선관위, 다수의 투표참관인을 통해 확인한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논란이 된 봉인지는 사전선거 마지막 날인 11일에 등장했습니다. 투표함에 선거인이 표를 넣으면 입구에 표가 정체되는 걸 막기 위해 투표사무원이 통을 수시로 흔들게 됩니다. 안쪽까지 표가 잘 들어가서 통 안 가득히 담기게 하려는 거죠. 그런데 반복해서 통을 흔드는 과정에서 봉인지 일부가 들뜨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특수 용지인 봉인지는 붙어있던 부분이 떨어지면 위 사진처럼 하얀 표시가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투표함을 선관위로 보내기 전에 투표 사무 관계자들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투표함 봉인지를 새것으로 바꿔 부착했다."고 선관위와 참관인 등 관련자들은 증언했습니다. 교체 과정은 투표관리관과 각 당이 추천한 참관인 5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상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당시 상황은 마침 해당 투표소에 설치돼있던 내부 CCTV에도 찍혔습니다.

그런데 떼어낸 봉인지가 어떻게 길거리에서 발견된 걸까요?

CCTV에 그 `이동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떼어낸 봉인지가 바닥에 떨어져 투표 사무 관계자의 구두 밑창에 달라붙은 겁니다. 그 상태로 관계자와 함께 여기저기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양천구 선관위 앞에서 떨어져 나갔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시민단체 회원이 발견해 사진을 찍은 걸로 추정됩니다.

구두 밑에 봉인지로 보이는 파란색 물체가 붙어있다. (CCTV 화면 갈무리)구두 밑에 봉인지로 보이는 파란색 물체가 붙어있다. (CCTV 화면 갈무리)

선관위가 당시 봉인지 교체를 지켜봤던 참관인 5명에게도 확인한 결과 불법적이거나 문제가 될 상황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5명의 참관인은 미래통합당 추천 2명, 더불어민주당 추천 1명, 더불어시민당 추천 1명, 국민혁명배당금당 추천 1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더불어시민당 추천 참관인과 미래통합당 추천 참관인 모두 기자와의 통화에서 위와 같은 상황을 재차 확인해줬습니다. 특히 지난번 선거에서도 투표참관인 경험이 있는 통합당 추천 인사는 "이번 사전투표처럼 사람이 몰린 적이 없었다. 한꺼번에 표가 들어오니까 통에 골고루 넣기 위해 더 많이 통을 흔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가 봉인지가 훼손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전투표율은 26.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투표 정리 상황에서 떼어낸 봉인지가 바닥에 떨어져 발생한 상황으로 파악된다."면서 조작 선거 정황이란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모로 봐도 선관위 관계자들이 선거를 조작하기 위해 몰래 봉인지를 뜯었다 실수로 길바닥에 흘렸다고 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결론]

길바닥에서 발견된 '양천구 투표함 봉인지'…선거조작 정황인가?
→ 사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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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길바닥서 발견된 뜯긴 투표함 봉인지…선거조작 정황?
    • 입력 2020-04-14 18:51:12
    • 수정2020-04-14 21:07:25
    팩트체크K
"충격! 양천구 길바닥에서 뜯긴 투표함 봉인지가 발견됐다!"

지난 10~11일 양일간 진행된 사전투표 직후 이런 내용의 글이 뜯긴 투표함 봉인지 사진과 함께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고 있습니다.

투표함 봉인지는, 유권자들의 표가 담긴 투표함을 개표 때까지 밀봉해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는 특수 재질의 스티커입니다. 투표 전엔 빈통 양쪽 손잡이를 자물쇠로 잠근 후 특수 봉인지 두 장을 부착해 봉인합니다. 이후 투표가 끝나면 표를 넣는 입구까지 봉인합니다. 봉인 과정은 투표관리관과 정당·후보자별로 신고한 투표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집니다. 봉인지에는 투명하게 확인했다는 의미로 참관인들의 이름이나 도장이 찍힙니다.


그런 투표함 봉인지가 난데없이 양천구 선관위 건물 앞 길바닥에서 발견된 겁니다. 참관인들의 이름까지 적힌 봉인지가 뜯겨진 채로 말이죠. 봉인지는 접착력이 좋아 일부러 뜯지 않는 한 저절로 떨어지기가 어렵습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인 '신의한수'는 이틀 전 사전투표 감시 운동을 벌이고 있는 연합 시민단체로부터 해당 사진을 제보받았다면서 "어떤 경우든지 간에 봉인지가 밖으로 유출됐다는 건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시민 여러분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지금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선거조작에 대한 감시를 강조했습니다.

유튜브 방송과 인터넷 유포 글에 사용된 사진.
수십만 뷰(view)의 조회 수를 기록한 해당 영상은 시민에 의해 적발된 '정부의 선거조작 정황'으로 널리 퍼지며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신의한수가 암시한 것처럼 선거조작의 정황이 발견된 걸까요? 정말 그런 것이라면 선거를 앞두고 초대형 사건이 터진 셈인데요. 사실관계를 따져봤습니다.

인위적으로 떼어낸 것 맞지만, 선거조작 정황 아냐

공유된 사진에 찍힌 투표함 봉인지는 진짜였습니다. 하지만 선거를 조작하려는 목적으로 떼어낸 게 아니었습니다.

양천구 선관위와 중앙선관위, 다수의 투표참관인을 통해 확인한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논란이 된 봉인지는 사전선거 마지막 날인 11일에 등장했습니다. 투표함에 선거인이 표를 넣으면 입구에 표가 정체되는 걸 막기 위해 투표사무원이 통을 수시로 흔들게 됩니다. 안쪽까지 표가 잘 들어가서 통 안 가득히 담기게 하려는 거죠. 그런데 반복해서 통을 흔드는 과정에서 봉인지 일부가 들뜨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특수 용지인 봉인지는 붙어있던 부분이 떨어지면 위 사진처럼 하얀 표시가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투표함을 선관위로 보내기 전에 투표 사무 관계자들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투표함 봉인지를 새것으로 바꿔 부착했다."고 선관위와 참관인 등 관련자들은 증언했습니다. 교체 과정은 투표관리관과 각 당이 추천한 참관인 5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상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당시 상황은 마침 해당 투표소에 설치돼있던 내부 CCTV에도 찍혔습니다.

그런데 떼어낸 봉인지가 어떻게 길거리에서 발견된 걸까요?

CCTV에 그 `이동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떼어낸 봉인지가 바닥에 떨어져 투표 사무 관계자의 구두 밑창에 달라붙은 겁니다. 그 상태로 관계자와 함께 여기저기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양천구 선관위 앞에서 떨어져 나갔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시민단체 회원이 발견해 사진을 찍은 걸로 추정됩니다.

구두 밑에 봉인지로 보이는 파란색 물체가 붙어있다. (CCTV 화면 갈무리)
선관위가 당시 봉인지 교체를 지켜봤던 참관인 5명에게도 확인한 결과 불법적이거나 문제가 될 상황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5명의 참관인은 미래통합당 추천 2명, 더불어민주당 추천 1명, 더불어시민당 추천 1명, 국민혁명배당금당 추천 1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더불어시민당 추천 참관인과 미래통합당 추천 참관인 모두 기자와의 통화에서 위와 같은 상황을 재차 확인해줬습니다. 특히 지난번 선거에서도 투표참관인 경험이 있는 통합당 추천 인사는 "이번 사전투표처럼 사람이 몰린 적이 없었다. 한꺼번에 표가 들어오니까 통에 골고루 넣기 위해 더 많이 통을 흔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가 봉인지가 훼손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전투표율은 26.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투표 정리 상황에서 떼어낸 봉인지가 바닥에 떨어져 발생한 상황으로 파악된다."면서 조작 선거 정황이란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모로 봐도 선관위 관계자들이 선거를 조작하기 위해 몰래 봉인지를 뜯었다 실수로 길바닥에 흘렸다고 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결론]

길바닥에서 발견된 '양천구 투표함 봉인지'…선거조작 정황인가?
→ 사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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